안녕하세요. A형 혈우 환우를 키우는 이혜진입니다. 저희 아이는 8개월에 걸음마를 시작하며 관절증이 왔고, 2년가량 단순 관절염으로 알고 치료하다 욕실에서 미끄러져 혀를 씹었고, 수술하는 과정에서 혈우병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혈우재단과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아이는 벌써 8살이 되었습니다.
혈우병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부모님에게 있어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자, 동시에 아이의 작은 성장을 누구보다 깊게 체감하는 특별한 여정일 것입니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현실적인 부분들 중 가장 큰 고민은 “어디까지 제한하고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였습니다. 아이가 다칠까 봐 과잉보호하게 되면 아이의 사회성이나 자신감이 위축될 수 있고, 반대로 방임하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매 순간 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건 집안 모서리에 보호대를 부착하거나 바닥에 매트를 까는 등 물리적 환경을 안전하게 만들어주고, 보호 장구의 습관화를 시켰습니다.
아이가 안전하게 생활하는것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것은 규칙적인 예방요법과 자가주사입니다. 주치의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아이의 활동량에 맞춘 투여 스케줄을 조정하고, 정해진 날짜와 시간을 어기지않는것을 최우선으로 하였습니다. 또 주 병원과 거주지가 멀어서 응급상황에 매우 불안했었는데 자가주사교육이후 아이를 양육하면서 안정적인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불안한 마음에 유치원대신 어린이집을 1년 더 보냈어요. 불안한 마음에 홈스쿨링을 고려해보았으나 반대하는 남편과 오랜기간 상의하여 올해 초등학교를 입학시키게 되었어요. 학교 생활을 시작하면 부모님의 손을 떠나게 되기때문에 담임선생님과 보건선생님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과 보건 선생님께 아이의 상태를 명확히 알리되, ‘환자’가 아아닌’주의가 필요한 활기찬 아이’로 소개시켜드렸어요. 그리고 비상시매뉴얼인 응급 상황 발생 시 연락처, 가까운 혈우병 전문 병원, 응고 인자이름, 아이싱 및 고정시키는 것 등을 정리한 매뉴얼을 학교에 전달해 두었습니다.
5년이라는 시간을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아이의 건강을 챙기니 정작 내 마음은 뒷전이 되기 쉬웠습니다. 초기에는 유전적 요인 등으로 인해 미안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었고, 끊임없는 좌절과 우울함이라는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 거린 때도 많지만, 코헴회에 소속된 많은 환우 가족들과 남편의 보살핌으로 이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아이곁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부모라는 깨달음을 알게 되었고,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가족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공감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과 실질적인 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혈우병은 ‘관리하며 함께 가는 질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알면서도 그 안에서 누구보다 밝게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함께 갈 수 있는 엄마가 되려합니다.
오늘 하루도 아이와 함께 웃는 순간이 더 많으시길 응원합니다.♡